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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 작성일 : 2020-06-16 12:26:29 ]
제목 홀로 중증 지적장애아동 돌보며 일하는 어머니 "지칠대로 지쳤다"
홀로 중증 지적장애아동 돌보며 일하는 어머니 “지칠대로 지쳤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방학에도 돌봄은 늘 부족했다 
정부가 외면한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 고스란히 어머니의 몫으로
등록일 [ 2020년06월12일 19시27분 ]

정아 씨와 정아 씨의 활동지원사가 손을 잡고 지하철 승강장을 걷고 있다. 사진 이가연
 

경기도 군포에 사는 이아무개 씨는 홀로 정아 씨(가명)를 키우고 있다. 또래보다 키가 작고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 정아 씨는 지적장애가 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통합학급)인 정아 씨는 한 살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 씨에게는 정아 씨 외에도 두 명의 자녀가 더 있다. 세 자녀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고 있는 그는 일주일에 6일을 풀타임으로 일한다. 유일하게 쉬는 주중 하루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아 씨의 병원 방문과 치료센터 일정을 챙기며 보내기에 그에게 휴일은 없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지적장애 자녀가 있는 이 씨가 그나마 생계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활동지원서비스와 정아 씨의 할머니 덕분이다. 그렇다면 정아 씨는 현재 활동지원을 얼마나 받고 있을까? 정아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고작 월 70여 시간의 활동지원을 받았으나, 현재는 작년 2월 재심사를 통해 총 133시간(보건복지부 128시간, 시·도 5시간)으로 늘었다. 활동지원이 없는 주말에는 정아 씨의 할머니가 정아 씨를 돌보고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할머니의 돌봄도 힘들어졌다. 

 

코로나19로 발생한 돌봄 공백에 활동지원 20시간 추가됐지만 “택도 없다”

 

평소 이 씨는 정아 씨를 등교시킨 후 출근을 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활동지원사가 정아 씨를 데리러 온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정아 씨를 돌봐온 활동지원사 임아무개 씨는 일주일에 네 번씩 방과 후 낮 3시부터 이 씨가 퇴근하는 저녁 10시까지 정아 씨를 돌봐왔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늦춰지면서 오전에 돌봄 공백이 생겼다. 이후 온라인개학이 시작되면서 학교는 월, 수, 금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50분까지 긴급돌봄을 제공했지만 화, 목 이틀은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정아 씨와 어머니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활동지원사 임 아무개 씨는 3월 한 달 동안 2~30시간을 무급으로 정아 씨를 돌보기도 했다. 

 

4월 28일,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원격수업도 어려운 장애학생들에 대한 돌봄 공백이 문제시되자, 복지부는 ‘특별지원급여’를 마련했다. 재학 중인 기존 활동지원 수급자들이 온라인개학 기간 동안 월 27만 원 한도(월 약 20시간) 내에서 활동지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특별지원급여는 교과시간 중에만 이용할 수 있으며, 야간 및 주말 등 통상 등교하지 않던 시간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 주어진 월 20시간의 추가 시간은 교과시간을 대체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정아 씨. 사진 이가연
 

등교개학 이후에는 특별지원급여 계획 없어… “방학에도 활동지원은 늘 부족했다”

 

문제는 등교개학이 시작된 이후다. 6월 8일부터 정아 씨가 다니는 초등학교를 포함해 많은 학교에서 등교개학이 시작됐다. 이 씨는 활동지원사와 논의하여 등교개학 후의 활동지원 일정을 미리 짜놓았다. 그러나 정아 씨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격주로 등교하며, 등교수업 때는 긴급돌봄보다 2시간 일찍 수업이 끝난다’는 소식을 듣자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복지부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6월 8일 이후 등교개학이 시작하면 현재 제공되는 월 20시간의 특별지원급여는 끝난다고 밝혔다. 이조차 지원받지 못하면 정아 씨는 또다시 활동지원사의 호의에 의한 무급지원이나 돌봄이 힘든 할머니의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주 주변 환경이 바뀌게 되면 정아 씨를 비롯한 지적장애아동은 자립해서 살아가기 위해 익혀놨던 그동안의 패턴이 망가질 수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가 2020년 3월 26일부터 4월 2일까지 전국의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 1,5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7%가 교육기관 및 복지기관 휴교·휴관으로 인해 발달장애인 자녀의 생활 패턴에 변화가 나타났다고 답했다. 임 활동지원사는 “겨우 훈련을 통해 정아 씨가 혼자서 대소변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1월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일정들이 변경되면서 지금은 기저귀가 아니면 어렵다”라며 “활동지원은 단순히 곁에서 봐주는 것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저귀를 찬 채 계속 축축한 몸으로 있을 수는 없지 않나”라며 현재의 정아 씨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임 활동지원사는 현재와 같은 돌봄 공백은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1년에 두 번씩 오는 방학에도 항상 심각했는데 왜 개선되지 않는지 답답해했다. 방학이 되면 정아 씨의 어머니는 출근하는 오전 9시에 정아 씨의 할머니에게 정아 씨를 맡기고 오후에는 활동지원사가 돌봄을 맡는다. 이후 퇴근하는 밤 10시에 어머니가 정아 씨를 데리고 귀가한다. 

 

“정아 씨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돌봐왔지만, 코로나19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닌 방학에도 언제나 정아 씨에 대한 돌봄은 부족했어요.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았지만 다들 어쩔 수 없다고만 하더라고요. 얼마 전 장애등급제도 폐지되면서 맞춤형 복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필요성이 제기되면 검토해서 반영하는 게 진정한 맞춤형 복지 아닌가요?”

 

2020년 2월 25일에 열린 3차 고시개정전문위원회 회의 자료 중 ‘장애유형별 기능제한(X1) 영역 점수’ 장애아동 부분. 발달장애(지적·자폐성) 영역 점수가 지체 및 뇌병변 장애유형보다 현저히 낮으며, 전체 장애아동 평균 점수보다도 낮다. 제작 이가연
 

장애등급제 폐지 후 마련된 종합조사표에서도 발달장애인 고려한 활동지원 여전히 부족해

 

만일 정아 씨가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난 뒤에 도입된 종합조사표 적용을 받는다면, 더 많은 활동지원 시간을 받을 수 있을까. 2019년 7월 1일,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기존의 인정조사표에 없던 만 19세 미만의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조사표가 새로 생겼다. 

 

그러나 종합조사에 의한 활동지원 최종 급여량(제3차 고시개정전문위원회 자료)을 살펴보면 중증 장애아동의 월평균 급여시간은 123.9시간으로, 현재 정아 씨가 인정조사표에 의해 받고 있는 128시간(정부 지원)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인정조사표에서 종합조사표로 바뀌면서 발달·정신장애인에 대한 부분이 반영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종합조사표는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아동 중 발달장애의 경우, 활동지원 점수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기능제한(X1) 영역에서 지체, 뇌병변 장애 유형보다 점수가 현저히 낮게 측정되어 있다. 그로 인해 발달장애인은 필요한 만큼의 활동지원 시간을 받기 어렵다. 최용걸 부모연대 정책국장은 “발달장애인은 신체적으로 이동을 할 수 있더라도 스스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해 (누군가의 지원이 없으면)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 종합조사표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0세부터 65세까지 발달장애인 시기별 돌봄 지원 서비스를 나타내는 그림.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 사업,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 청소년 발달장애학생 방과후 활동서비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가 있다. 이중 ‘청소년 발달장애학생 방과후 활동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과 중복수혜가 불가능하거나 부분 삭감된다. 해당 그림에서 재활·치료 목적의 서비스는 제외됐다. 제작 이가연
 

활동지원서비스 말고도 정아 씨가 받을 수 있는 돌봄 제도는 없을까? 

 

현재 정아 씨는 활동지원서비스 이외에 발달재활서비스만을 이용하고 있다. 발달재활서비스는 만 18세 미만 장애아동 대상으로 월 22만 원의 발달재활바우처를 지급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정아 씨는 일주일에 세 번 50분씩 민간 치료센터에서 언어, 운동, 놀이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이 외에 정아 씨가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는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후활동서비스(아래 방과후서비스)’ 또한 정아 씨와 같은 발달장애인 청소년을 위한 돌봄서비스 중 하나다. 이 서비스는 만 12세 이상 18세 미만의 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학생에게 제공되는 여가활동 및 성인기 자립준비 지원 사업이다. 복지부는 정아 씨처럼 만 12세 이상이지만 학업 유예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일지라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작년 9월부터 시작된 방과후서비스는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아 씨가 거주하는 군포시의 경우, 추경을 통해 해당 사업에 대한 예산이 반영되었지만, 군포시가 중개기관을 선정하지 않아 사업이 시작되지 않고 있다. 또한 복지부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시군구 예산 배정 혼란을 이유로 거주지역이 아닌 다른 시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4일에는 정부가 ‘코로나19로 수요가 줄어든다’는 핑계로 제3차 추경예산안에서 기존 331억 원의 예산 중 약 100억 원을 삭감해버렸다.

 

활동지원서비스와 유사한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 사업’은 어떨까? 해당 사업은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의 만 18세 미만의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가정 당 연 720시간의 돌봄서비스 및 휴식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또한 중복수혜를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정아 씨는 이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한 달에 60시간도 안 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현재의 활동지원서비스를 포기할 수도 없다.

 

이 사업의 장점은 장애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 6세 미만의 영·유아아동 중 장애가 예견되어 발달재활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인정받은 사람들이 이 사업의 주대상자다. 그 이유에 대해 윤진철 부모연대 사무처장은 “만 6세 미만의 아동은 인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지적·자폐성 장애 진단을 정확하게 내리기에 너무 어리기도 하고, (만 6세 이상 이용 가능한) 활동지원법에 따라 활동지원 이용대상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 해당 사업을 가장 많이 이용한 연령대는 만 3세부터 5세로 총 이용자의 약 38%에 해당한다(총 3,711명 중 1,411명). 그러나 정아 씨와 비슷한 연령대인 만 12세부터 만 18세 미만의 이용자는 전국에서 고작 18.5%(690명)에 불과하다. 만 6세가 지나 장애등록을 하게 되면 이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서비스시간을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사업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윤 사무처장은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 사업의 경우, 이용자가 항상 다 채워지지 않아 사업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의 영역에서의 돌봄은 어떨까? 장애인 자녀의 부모가 각종 돌봄제도를 애타게 찾아 헤매다가 시청이나 주민센터를 찾아가면 근처 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알아보라는 안내를 종종 받는다. 그러나 장애인복지관은 이용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보통 바로 이용할 수 없으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길게는 2~3년간 기다려야 한다. 또한, 정아 씨처럼 작년에 수강했다면 올해는 수강할 수 없는 등 돌봄 지원 체계의 연속성이 없다. 게다가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민간이 운영하는 장애인복지관들은 대거 휴관 중인 상황이라 이용이 어렵다. 공적 지원 체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에 기대어 있던 장애아동 돌봄이 정작 돌봄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이다. 

 

발달장애 고려한 종합대책도 ‘유명무실’… 돌봄 공백은 고스란히 장애인 당사자·가족의 몫 

 

정부는 2018년, 발달장애가 아동기에 발생하는 장애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종합대책에서 정부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며 돌봄과 자립을 위한 인프라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발표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발달장애 맞춤형 활동지원의 부재, 서비스 중복수혜 금지, 지자체의 실행력 부족, 수행기관의 부재 등으로 체계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모든 돌봄 공백의 문제는 고스란히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이 감당해야만 한다. 

 

홀로 자녀 셋을 키우며 일주일 중 평일 하루밖에 쉬지 못하는 정아 씨의 어머니는 방학마다, 그리고 장기화된 코로나19로 발생한 돌봄 공백에 지칠 대로 지쳤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자연스레 정아 씨가 성인이 되고 난 이후의 삶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유일하게 쉬는 날에도 자녀를 쉼 없이 돌보고 있어 많이 지쳐요.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 자녀와 언제까지 함께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제가 없더라도 스스로 자립해 사회생활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절실히 필요해요. 그리고 서울이 아닌 이곳에서도 자녀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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