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토닥토닥'] 혼낼 때 '눈 맞춤' 강요는 금물..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 더 커져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입력 2019.11.14. 04:37
[아이가 행복입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아이가 어떤 잘못을 했다. 그래서 부모가 훈육을 하는데 아이가 눈을 자꾸 피한다. 그러면 어떤 부모는 "엄마 눈 보세요. 눈!"한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대화를 할 때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서로의 말을 잘 듣고 집중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모도 아마 "내 말 잘 들어"라는 의미로 "엄마 눈 보세요"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뭔가 잘못을 해서 훈육을 하는 상황, 아이가 눈을 내리깔거나 안 볼 때 아이의 마음은 '불편해'다. 사실 아이는 '엄마의 표정이나 목소리 톤이 내가 감당하기 좀 힘들어요. 너무 무서워요'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에게 굳이 눈을 보라고 하는 것은 무척 가혹한 일일 수도 있다.
사실 눈을 응시한다는 것은, 굉장히 강렬한 시각 자극이다. 야행성 맹수가 밤에 눈을 번뜩이고 노려보는 것 같은 원초적인 두려움이 유발될 수 있다. 부모가 혼을 내면서 눈을 자꾸 보라고 해도 아이는 끝까지 못 보기도 한다. 눈을 보다가 울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면 처음 훈육하려는 주제는 다 잊고 엄마 눈을 보라고 혼을 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결국 다뤄야 할 중요한 주제는 다루지도 못하고 엉뚱한 얘기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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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편안할 때는 눈을 맞추며 얘기하는 것이 당연히 좋다. 아이의 눈동자에 부모의 얼굴이 비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훈육을 할 때는 굳이 눈을 보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눈을 피하는 것을 보니 내가 좀 무서운가 보네'라고 생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