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여아, 남아와 두뇌 조직 달라
자폐를 가진 여아와 남아의 뇌 기능이 다르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AI 기술로 수백 건의 뇌 스캔을 분석한 결과 비장애 아동과 달리 자폐를 가진 아동의 경우 성별에 따라 뇌 기능에 차이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성별 간 자폐 증상 차이를 설명하고, 여아의 자폐 진단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표했다.
자폐는 다양한 범주의 증상으로 발현되는 발달 장애다. 자폐를 가진 아이는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한정된 관심사와 반복적인 행동을 보인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1943년 레오 캐너(Leo Kanner) 박사에 의해 학계에 최초 보고되었는데, 당시 이루어진 자폐의 정의는 남아에 편향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자폐는 남아에게서 4배 많이 발견되며, 대부분의 연구도 남아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논문의 주 저자인 카우츠브 수페가(Kaustubh Supekar) 스탠퍼드대 정신의학ž행동과학과 임상 조교수는 “증상에 대한 정의가 편향되었다면 진단도 편향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연구가 자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라 말했다.
선임 저자인 비노드 매넌(Vinod Menon) 정신의학 및 행동과학과 교수는 “자폐를 가진 남아와 여아의 뇌 기능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으며, 여아의 자폐를 예측할 수 있는 개별 임상 증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교수는 “여아의 자폐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주원인은 증상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자폐를 가진 여아는 남아에 비해 두드러지는 반복 행동을 보이는 빈도가 낮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로렌스 펑(Lawrence Fung) 정신의학ž행동과학과 조교수는 “남아와 여아에게서 발현되는 행동 및 신경학적 증상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탠퍼드 어린이병원에서 뒤늦게 자폐 진단을 받은 여아와 여성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펑 조교수는 해당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펑 조교수는 뇌의 운동 및 언어 기능이 발달하는 학령기 이전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 강조했다.
이어 “제때 치료가 이뤄진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자폐를 가진 아동이 조기에 언어 교육을 받으면 비장애 아동과 다름없이 언어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어 자라면서 또래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또 “아이가 스스로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면 여러 분야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개입 시기에 따라 치료 효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한 것”이라 설명했다.
여아 관련 자폐 연구 부족해
<영국정신의학저널(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기재된 한 연구는 남아 637명, 여아 136명 총 773명의 fMRI 뇌 스캔을 분석했다. 수페가 조교수는 여아의 경우 데이터 수집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선행 연구가 워낙 적은 탓에 더 많은 것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에는 스탠퍼드 자체 데이터와 전 세계 연구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뇌 스캔이 사용됐다.
그러나 남아의 뇌 스캔 데이터가 훨씬 많다 보니 성별에 따른 차이 계산에 어려움이 있었다. 집단 간 차이를 분석할 때 사용하는 통계 기법은 각 집단의 크기가 유사하다는 전제를 두며, 알고리즘을 학습시켜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에서 특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머신 러닝 기술을 사용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 집단의 수가 비교 집단보다 4배나 많았기 때문에 기존 통계 기법을 적용할 수 없었다.
수페가 조교수는 “기존 기법을 활용해 성별 간 차이를 파악하려 했으나 알고리즘이 모든 뇌 스캔을 남아의 데이터로 인식했다”며 “학습 오류로 인해 알고리즘이 자폐를 가진 남아와 여아의 뇌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수페가 조교수는 공동 저자인 컴퓨터 공학ž통계학과의 텅유 마(Tengyu Ma) 조교수에 자문을 구했다. 마 조교수가 최근 비교 집단의 크기가 다양할 때도 뇌 스캔과 같은 복잡한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기법을 개발해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적용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수페가 조교수는 “마침 스탠퍼드에서 새 통계 기법이 개발된 것은 행운”이라 말했다.
자폐 검사, 여아는 다르게 진행해야?
연구진은 자폐를 가진 아동 678명의 뇌 스캔을 분석해 86% 정확도로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나머지 1자폐 아동 뇌 스캔 95건에 알고리즘을 검증했을 때도 같은 정확도로 아동의 성별을 구분해냈다.
반면 비장애 아동의 뇌 스캔 976개를 분석했을 때는 남아와 여아의 뇌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성별에 따른 뇌 기능 차이가 자폐를 가진 아동에게만 나타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자폐를 가진 여아와 남아는 운동, 언어, 시공간 지각 등 뇌의 몇몇 중추 영역에서 연결 패턴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일차운동피질, 운동보조영역, 두정·외측후두피질[SY1] , 중·상측두이랑 등 운동 영역에서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남아와 비슷한 뇌 연결 패턴을 보이는 여아의 경우 운동 특성과 관련된 증상이 가장 강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운동 중추의 연결 패턴에 따라 운동 증상의 정도에 차이가 발생함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아동의 성별에 따라 언어를 관장하는 영역에도 차이가 있음을 밝혀내며, 남아에게 언어 기능 저하가 많이 나타난다는 앞선 연구 결과들을 뒷받침했다.
수페가 조교수는 “뇌 영역의 차이가 자폐 임상 증상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전 연구들은 타당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여아의 자폐 진단 및 치료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본다.
매넌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AI 기반 기술을 활용해 자폐 연구의 정밀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수페가 조교수는 “성별에 따라 자폐 진단 방식도 달라야 할 수 있다”며 연구팀이 개발한 AI 알고리즘이 여아의 자폐 진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자폐를 가진 여아의 치료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보건원 (NIH), 뇌·행동연구재단 (Brain & Behavior Research Foundation), 스탠퍼드 이노베이터 어워드 (Stanford Innovator Award)와 스탠퍼드 모자보건연구소 (Stanford Maternal and Child Health Research Institutes)의 지원을 받았다.
본 자료는 함께웃는재단과 한국외대통번역대학원생들이 번역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
출처: FUTUR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