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동을 키우는 일은 힘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압도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자폐 아동은 비장애 아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놀고 말하고 행동하며, 때로는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거나, 조금 솔직하게는 부모를 속상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가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자녀에게 적합한 양육 방식을 선택했을 때, 비로소 자폐 아동이 가진 강점과 능력이 드러날 수 있다.
즉, 자녀가 자폐를 가지고 있다면, 보통 부모로서 ‘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걸 그대로 따르는 게 항상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기존의 양육 방식이나 자신의 선호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내용은 자폐를 가진 자녀와의 관계를 망치기 쉬운 여섯 가지 양육 방식으로, 이를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헬리콥터형 양육 방식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의 머리 위를 맴돌며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본다.
문제가 발생할 것 같으면 바로 도와주고, 그 어떤 장애물도 맞닥뜨리지 않게 해주며, 자녀를 위한 특별대우를 고집한다.
헬리콥터형 양육 방식은 자녀의 자립성 및 자기결정능력 함양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아동에게도 결코 좋지 않다.
자폐 아동의 부모는 자녀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할까 걱정해 헬리콥터형 양육 방식을 택하기 쉽다. 그리고 물론 자폐 아동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헬리콥터형 양육 방식이 비장애 아동의 발달도 저해한다는 점을 볼 때, 자폐 아동에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폐 아동은 그저 예시나 관찰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적인 지시를 받아 실행에 옮겨보며 학습해야 한다. 부모가 개입해 이를 대신해줄 경우 자폐 아동은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시도 중에 어려움을 느끼고, 성공의 희열을 만끽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경쟁적 양육 방식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모임에 참석해봤다면 경쟁적 양육 방식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집 아이가 가장 먼저 배변 훈련에 성공했는지, 말을 가장 먼저 시작한 건 누군지, 누가 제일 많은 학원에 다니고, 춤과 노래를 배우고, 어린이 축구를 하고, 중국어를 배우는지를 궁금해한다.
자폐 아동의 부모라면 자녀가 또래에 비해 뒤쳐진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하지만 경쟁적 양육 방식을 택한다면, 내 자녀가 또래만큼 잘하지 못하는 것은 부모인 내 탓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예상 가능하게도 결국에는 나도 내 자녀도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 부모의 생각이 자폐를 가진 자녀에게도 눈에 띄지는 않지만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방임적 양육 방식
어떤 부모는 자녀가 일체의 부모 개입 없이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며, 타인과 상호작용하길 좋아하는 성격의 일부 아동에게는 적합한 양육 방식이다. 하지만 자폐를 가진 아동에게 추천되는 방식은 아니다.
물론 모든 아동은 자유롭게 있을 시간이 필요하고 그럴 권리가 있지만,
자폐 아동은 사실 주기적으로 부모의 집중적인 교육을 받는 시간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자폐 아동은 상상하고, 어울리고, 대화하고, 질문하고, 세상을 탐구하는 방법을 배우려면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능력들을 익히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면, 자폐 아동은 점점 더 내성적으로, 내향적으로 변할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강점을 개발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도 줄어든다.
완벽주의적(호랑이) 양육 방식
물론, 올 1등급, 최고의 운동 성적, 완벽한 문법, 그리고 엄격한 식사 예절 등을 강조하는 부모 밑에서 잘 성장하는 아동도 있다. 하지만 자폐 아동은 아닐 것이다.
사실 자폐 아동은 많은 강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 대에 보통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 일들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구술 능력이 부족할 경우, 높은 성적을 받거나 완벽한 문법을 구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신체 조정능력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체육 활동이 매우 힘들 수 있다. 물론 자폐 아동에게도 높은 기대치를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기대치가 너무 높을 경우 부모와 자녀 모두 낙심하고 좌절할 수 있다.
허용적 양육 방식
일부 부모는 자폐를 가진 자녀가 수업 또는 치료 중이 아니라면 그 어떤 부담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모쪼록 학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왔으니 집에서는 좀 쉬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폐를 가진 자녀가 집안일을 하거나,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하고 싶은 대로 해라’식의 양육 방식을 선택한다면, 추후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습관과 행동방식을 키울 수 있다.
자폐로 인하여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거의 모든 자폐 아동은 할 수 있다는 격려만 해준다면 상당히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자폐를 가진 자녀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잡거나 훈육을 일체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부모의 태도로 인해 결국 자녀는 어떤 높은 기대치를 이해하거나 그에 부응하기를 더욱 어려워하게 된다.
내 자녀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과 내 자녀는 무능력하다고 넘겨짚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극성 양육 방식
자폐를 가진 유치원생 아동이 일어나자마자 행동 치료 5시간, 언어와 물리 치료 각각 1시간, 부모와 함께하는 연극 치료 2시간, 그리고 학교 수업을 4시간 듣는다. 자녀가 귀가해 지쳐 잠들면 부모는 인터넷에 들어가 새로운 치료 과정, 프로그램, 활동 등을 추가할 수는 없는지를 살핀다.
자폐를 가진 자녀가 너무 바쁜 일정을 소화하게 만들면 배운 것을 직접 시행해보거나 다른 아동을 만나 친해지거나 다른 모든 아동들처럼 ‘놀’ 기회를 갖지 못한다. 수많은 치료 및 활동에 참여하기보다, 내 자녀와 함께 하루에 몇 시간 정도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자녀의 성장과 번영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폐 아동의 부모들께 한마디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고, 자폐 아동의 부모는 그 누구보다 큰 부담을 느낀다.
일부 자폐 자녀는 간혹 무섭게까지 느껴질 수 있는 행동 장애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자폐 아동의 부모는 비장애 아동의 부모보다 더 큰 부담을 느끼고, 힘들고 짜증나고 불안해하며, 재정적ㆍ감정적으로 여유가 없을 수 있다.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가족이나 친구 또는 장애 가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좋다.
자녀가 중요한 만큼 여러분 또한 휴식을 취하고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